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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이엔씨 정보통

[신영정보통] TV 고령화, 딜레마에 빠진 지상파

 

 

시청률이 잘 나와도 시청패턴을 파악하기 어렵다.”

 

매일 아침 성적표를 받아보는 심정으로 시청률 조사 결과를 보지만 뚫어져라 쳐다봐도 도무지 답답함이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호소하는 방송사 관계자들이 많다. 실제 낮은 시청률에도 광고 완판은 물론 인터넷까지 달궈 체감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반향이 그리 크지 않은 예도 있다.

 

시청률 조사의 숨은 그림을 찾다 보면 재미있는 조각들이 발견된다. 바로 인구의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가 시청률 조사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또 젊은층 TV시청 이탈로 시청률 조사에는 구멍이 생겼다. 여기에 시청률 조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볼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이다.

걷잡을 수 없는 ‘TV 노령화= 올해 상반기 프로그램 가구시청률 TOP 20’(TNmS) 가운데 20%를 넘긴 프로그램은 일일·주말극 4개에 불과했다. 이러한 드라마 시청률의 주춧돌 역할을 해온 중장년층은 예능에서도 주요 시청층이 됐다. 올 상반기 예능·드라마의 성연령대별 시청률 분포(닐슨코리아, TNmS)를 보면 여성 40~60대 비중이 높아 중장년·노년층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또 중장년층이 즐겨보는 KBS 1TV 상반기 시청률도 전년 동기 대비 0.23%p 상승한 5.72%를 기록해 전체 채널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본방(본방송) 사수가 옛말이 됐다곤 하지만 중장년층의 TV 충성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닐슨코리아가 2008~2013년까지 연령대별 TV시청층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50~60대의 TV시청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20~30대는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올 상반기 크로스플랫폼 보고서의 연령대별 TV이용률에서도 5092%, 6091%로 젊은층(2082%, 3088%)에 비해 시청빈도가 높아 고연령층이 TV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구시청률에서 중장년층의 비율이 높아진 주된 요인으로는 노령층 중심의 1~2인 가구 증가를 들 수 있다. TNmS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4인 이상 가구보다 1~2인 가구의 전체 시청시간량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1~2인 가구의 일일 평균 시청시간은 8시간 25(505)으로 10년 사이 42(2003년 동기 463) 증가했다. 핵가족화·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령층 인구 증가는 가구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TNmS측은 여러 명이 함께 보는 시청(4인 이상 가구)보다 개인별 시청과 개인별 프로그램 선택환경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닐슨코리아 측도 “2000년대 이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령층의 시청 영향력은 증대됐고 인구구성비, 여가시간 변화, 멀티 플랫폼 확산으로 젊은층(30대 이하)의 시청 가능성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붙잡아야 할 젊은층 이탈= 이처럼 TV노령화가 두드러졌지만 젊은층의 TV시청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12 방송매체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젊은층의 스마트폰 등 신규매체 이용으로 TV이용시간이 감소했다는 응답자가 30%에 달했다. 전년도 보다 8.3%p 증가해 미디어 대체현상이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TV이용시간 감소에서 중장년층 5011.1% 603.8%정도 줄어든 데 반해 젊은층 1042.6% 2050.5%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젊은층이 TV보다 PC·모바일 등 신규매체 이용으로 옮겨갔다.

 

이처럼 젊은층이 직접 TV 수상기를 통해 프로그램을 보는 본방에서 멀어지게 된 주된 요인으로는 매체의 다변화와 방송 서비스의 다양화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젊은층은 본방보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시청하는 패턴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닐슨코리아가 발행한 크로스 플랫폼 보고서(2013년 상반기)에서도 젊은층의 PC·모바일 이용률이 눈에 띈다.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PC이용률에서 2097%, 3095%를 기록한 것과 달리 5061%, 6030%에 그쳤다.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모바일 이용률에서도 2083%, 3074%를 나타낸 반면 50대는 25%에 불과했다.

 

이처럼 젊은층의 TV이탈은 오히려 체감 시청률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실제 시청률 성적이 높지 못한 프로그램이더라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트위터 통해 회자되거나 다시보기’, ‘다운로드 횟수가 높아 시청자들 사이에 큰 화제를 낳았다.

 

일례로 MBC <무한도전>20%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해도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프로그램 몰입도(PEI)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KBS 2TV <직장의 신>,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도 평균시청률 10%대 중반이었지만 신드롬급 열풍으로 시청자의 체감 반응은 뜨거웠다. 결국 시청률 조사 결과에는 복잡한 세대 간 편차를 갖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예의주시해온 편성 실무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구미에 맞추면서 안정인 시청률을 선택하느냐 젊은층을 사로잡는 변화를 선택하느냐 그들에게 어려운 숙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한 방송사 편성기획팀 관계자는 현 시청률은 액면 그대로의 진실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2040시청률을 비롯해 SNS나 다운로드 횟수 등을 지켜보고 있다“2040 사람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면밀히 분석해 시즌오프나 시리즈물로 젊은층이 찾는 시간대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청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건 시청률을 척도로 광고를 구매하는 광고주들도 마찬가지다.

홍헌표 광고주협회 기획조사본부장은 여러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스마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소비자의 매체 수용행태도 분화하고 있다지상파 실시간 시청률이 왜 이렇게 떨어졌는지, 소비자들이 많이 노는 놀이터가 어디인지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